[뭐라노-이거아나] 양육비 선지급제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5-07-02 08:37:22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양육비 선지급제’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지난해 라노와 인터뷰했던 구본창 양육비를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한국의 양육비 지급 현실을 ‘도둑질해서 잡혀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태’로 비유했습니다. 한국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이나 압박, 법적 제재가 전혀 없어 이들이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죠. 구 대표는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며 “양육비 관련 법안들이 이미 국회에 발의됐지만, 계속 계류 중”이라고 토로했는데요. 지난 1일 국회에 계류됐던 양육비 관련 법안 중 하나인 양육비 선지급제가 드디어 처음 시행됐습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59초 쇼츠’를 통해 공약을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3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이 많이 늘었다. 양육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이 적지 않다”며 “양육비 선지급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같은 해 9월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근거를 담은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고요. 이틀 뒤인 25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킵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자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비양육자에게 이를 회수하는 제도입니다. 지급 대상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로, 정부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1명당 월 20만 원을 지원합니다. 대신 지급한 양육비는 정부가 비양육자에게 청구하고, 회수통지서 송달과 독촉에도 납부하지 않으면 동의 없이 금융 정보를 포함한 소득과 재산을 조회해 강제로 징수하죠. 다만 비양육자가 비정기적 혹은 소액이라도 돈을 보냈다면 선지급제 대상이 될 수 없는데요.

제도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입니다. ‘비정기적 혹은 소액 지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비양육자의 악의적 ‘꼼수 양육비 입금’을 걸러낼 수 없고요. 자녀 1명당 20만 원인 지급액 또한 재판에서 통상적으로 산정되는 양육비보다 매우 적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먼저 지급한 양육비를 정부가 회수할 방안도 막막합니다. 비양육자가 재산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 명의로 숨기거나 버티면 딱히 방법이 없죠.

현장에서는 시스템 구축이 차질을 빚으며 제도가 매끄럽게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도 감지됩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현재 양육비 선지급 시스템은 3단계로 나뉘어 신청과 징수 기능 등을 구축 중입니다. 여가부는 각종 선지급 업무 기능 개발을 올해 말까지, 양육비 강제 징수를 위한 다른 기관의 전산망 연계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여가부가 지난달까지 선지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마감 시점이 제도 시행 이후로 늦춰져버렸죠.

양육자의 소득·재산 조사를 위한 건강보험공단 연계와 비양육자 예금 잔액 조회를 위한 금융결제원 연계는 지난달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시행 이후로 밀렸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선지급제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기 위한 타 기관과의 전산망 연계인데, 핵심 기능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새로 시행되는 제도가 안착하려면 먼저 관련 시스템을 탄탄하게 마련하는 게 필수인데 여가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