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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에 법률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한 후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최종 판결을 내리는 절차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판결에 문제가 있을 때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다시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하는데요. 현행 형사소송법은 소송 기록과 1·2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 등으로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할 때는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파기환송과 비교했을 때 파기자판은 확정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됩니다. 추가 심리가 필요 없고, 사건의 빠른 종결이 필요할 때 파기자판을 하죠.
대법원에서 파기자판은 매우 드문 일인데요. 그런데도 여당이 파기자판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돼 오는 6월 말께 대선이 열린다고 가정할 때, 그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를 확정할 유일한 경우의 수가 파기자판입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파기환송을 하면 하급심 판결에 다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이 대표가 당선되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죠.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파기환송 대신 대법원이 직접 재판해서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파기자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2심은 사실심이고, 대법원 상고심은 법리 해석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법률심입니다. 법조계는 법률심에선 양형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죄가 나온 항소심을 뒤집는 파기자판은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 대표처럼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가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으로 유죄 형량이 확정된 사례는 지난 22년간 단 한 건도 없었죠.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2심에선 ‘통 무죄’를 했기 때문에 양형 판단이 없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어서 스스로 판결할 때 양형 심리를 할 수 없다”며 “양형 판단을 못 해 파기자판이라는 전제가 성립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23년 대법원 형사사건 상고심 피고인 2만419명 중 원심판결이 파기된 사례는 295명, 그 중 파기자판이 이뤄진 건 15명뿐입니다. 전체 상고심의 0.1%도 되지 않는 셈인데요.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파기자판은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의 무죄 판결과 파기자판을 둘러싼 여러 주장에 관해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판사에 기대어 대선 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차기 대선에 임하는 게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