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이거아나] 1인 1표제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5-11-26 10:52:07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1인 1표제’에 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당원 모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다음 달 5일 중앙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에서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1인 1표제 개정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당내 비판이 나오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입니다.

민주당에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의원’과 매달 당비를 내는 일반 ‘권리당원’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을 보면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보다 훨씬 높게 책정됩니다. 당헌에는 ‘투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미만’으로 규정합니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 당시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17.5표와 같았죠. 대의원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정 대표는 이 비율을 1 대 1로 맞추자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의원제’는 유명무실해집니다.

정 대표는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당원도 1표여야 한다. 이것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1인 1표제에 대한 당내 우려는 계속됩니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이 절차상 ‘졸속’이라고 문제 삼은 데 이어 친명계로 꼽히는 현역 의원들도 공개 반대에 가세했습니다. 보완 장치도 없이 대의원과 당원이 똑같이 1인 1표를 행사하게 되면 권리당원이 많은 수도권과 호남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고,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영남 의견은 소외되는 등 ‘전국 정당을 지향한다’는 가치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주된 논리입니다.

잇따른 이견 표출에 정 대표는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방패’까지 꺼내 들었죠.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인 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 정당, 당원주권 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의원과 당원 20 대 1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며 “1인 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때인 2023년 12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기존 60~70 대 1에서 20 대 1로 줄이는 당헌 개정을 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 드라이브가 정 대표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나 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 투표에선 밀렸지만 당원 투표로 뒤집어 압승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 투표에선 상대 후보였던 박찬대 의원에게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3분의 2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했습니다. 2022년에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수석 최고위원에 선출됐죠. 결국 1인 1표제 개정 여부는 다음 달 5일 중앙위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당원의 권리 강화’라는 찬성론과 ‘시스템 붕괴 우려’라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과연 민주당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