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이거아나] 법제사법위원회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5-06-25 08:43:10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법제사법위원회’로 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지만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지난 19일 양당 수석 회동은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됐고, 23일 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시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하지 못했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국민의힘 유상범(왼쪽)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구성 등과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신경전에 전 국민 민생지원금 예산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문 수석은 “6월 임시국회가 7월 4일 끝나는데, 그때까지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번 주까지는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시간을 무한정 끌 수 없어 본회의를 열 수밖에 없다”며 단독 본회의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경한 기조를 유지합니다.

여야는 국회의원 선거 이후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합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18개가 있는데, 유독 법사위원장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죠. 이번 22대 국회 전반기를 시작할 때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는데요. 6·3대선 이후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라며 민주당에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때마침 정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법사위원장에서 내려왔죠.

국민의힘은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야당이 최소한의 견제 역할을 하려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22대 국회 원 구성을 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전반기 2년 중 남은 1년간 계속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웁니다. 여기에는 이재명 정부 초반 추진하려는 개혁 법안들이 야당 견제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임위→법사위→본회의’ 절차를 거칩니다. 법사위는 법안 통과 중간 과정을 책임지는데요. 그러다 보니 국회 안에서도 권력이 센 편입니다. 그래서 ‘상원 중의 상원’ ‘국회 상임위의 왕’ ‘국회 위에 법사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이라는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최종적으로 법사위 심사를 거치는데요. 법사위는 새로 만들어진 법안이 헌법이나 법률·시행령·규칙 등 기존 법 제도와 부딪히지 않는지 살펴보고요. 법적 안정성 기준에서 해당 법안이 시행돼도 문제가 없는지 따집니다. 새 법안에 담긴 법률 용어나 조문이 정확한지도 심사하죠. 사실상 법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통과를 지연 또는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법사위원장이 버티면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법사위원장을 여야 중 누가 맡을지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닙니다. 과거에는 국회의장이 여당 출신이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였는데요. 하지만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역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금 법사위원장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국회 입법 주도권을 누가 쥘지 결정하는 다툼인 셈인데요.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주면 자당 몫인 외교·국방·정보위원장을 넘기겠다는 조건까지 내걸 정도로 절박합니다. 민주당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티고요. 정국은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