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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강경하게 반대했습니다. 사실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4월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호 법안’이죠. 당시 윤 대통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식습관 변화로 국민의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매년 쌀이 과잉 생산되는 형국에, 양곡법 개정안 통과로 정부가 쌀을 사들이면 상당수 농가가 다시 벼농사로 유입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또 당장 쌀 매입과 보관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2030년에는 쌀 매입비로만 2조7000억 원, 보관비까지 합하면 3조 원이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은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의 내용을 조금 고쳐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습니다. 기존 개정안에는 ‘초과 생산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지난해보다 5~8% 하락했을 때 정부가 농협을 통해 매입해야 한다’고 돼 있었는데요. 이를 ‘기준 가격에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바꾼 겁니다. 민주당은 쌀 생산량이나 시세를 기준으로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앞선 개정안에 비해 ‘의무 규정’을 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쌀값이 어느 정도 낮아졌을 때 정부가 매입할지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기존 법안보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야당이 갑자기 ‘이전에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다시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야당이 한 권한대행의 직무 수행 범위를 확실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국회가 청문 절차를 거쳐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거부할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거부권이란 적극적 직무 수행을 한 상황에서 소극적 직무 수행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