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RANO)입니다. 어느새 3월입니다. 봄이 오면 캠퍼스가 활기로 넘쳐야 하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비상입니다. 올해도 정상적인 대면수업은 물 건너간 것 같아요.

문득 ‘20학번’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2020년 입학해 ‘코로나 학번’으로 불려요. 올해 3학년이 되거나 (2년제는) 졸업했습니다. 그들의 대학 생활은 어땠을까요. 라노는 ▷경성대 사회과학대학 재학생 A(22) 씨 ▷동아대 사회과학대학 재학생 B(22) 씨 ▷동의과학대 공학계열 졸업생 C(22) 씨 ▷부산대 예술계열 재학생 D(22) 씨에게 평소 궁금증을 콕 집어 물어봤어요.

라노가 20학번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제신문DB

4명은 공통적으로 “1학년은 비대면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전문대 특성상 실습이 많았던 C 씨만 5월부터 대면수업을 들었습니다. 신입생 OT나 새내기 배움터 같은 신입생 환영행사도 대면으로 열리지 않아 동기들 얼굴 볼 기회도 없었죠. D 씨는 “여름방학에 기숙사에 입사하면서 동기들 몇몇과 약속을 잡아 처음 밥을 함께 먹었다”고 하더군요. 비대면 행사도 적었습니다. A 씨는 “2학기 종강 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실시간 소통한 게 아니라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틀어주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습니다.

동기들끼리는 친해졌을까요? A 씨는 동기 45명 중 10명 정도만 친하다고 합니다. 25명은 3학년에 올라가는 지금까지 직접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해요. 이중 15명은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조차 모른답니다. C 씨는 “2년 내내 카카오톡 단체방이 조용했다. 동기 70여 명 중 알고 지낸 사람은 5명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B 씨는 “한 명 빼고는 아무도 안 친하다”고 하네요.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빨리 군대나 갔다 오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A 씨 남자 동기들은 1학년 겨울방학에 전원 입대했다고 합니다. C 씨 동기들은 2020년 한 해에만 10명이 전과나 휴학·자퇴를 했어요.

네 명의 학교생활을 정리한 그래픽. 국제신문DB

이렇게 교류가 없는데 ‘CC(Campus Couple)’는 있을까요? 네 명 모두 “한 커플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학년 때 연애했던 사람도 B 씨뿐. 애인은 대학에서 만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낭만이 사라진 학교 생활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네 명 모두 동아리 1~2개를 들었다고 합니다. D 씨는 연극 동아리에서 2년간 활동했고, B 씨는 학내 언론사에서 PD로 일해요. A 씨와 C 씨는 학과 동아리에 가입해 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코로나로 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합니다. D 씨는 “단체 활동이 힘들다 보니 워크숍 공연을 올리지 못한 때도 있었다. 소규모로 팀을 나눠 영상을 찍는 것으로 대체하곤 했다”며 한숨을 쉽니다.

지난 2월 C 씨는 졸업했습니다. 작년 12월 서울의 한 IT회사에 개발자로 입사해 벌써 3개월 차 직장인입니다. 일하느라 학사모 쓰고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했습니다. 고학년에 들어선 20학번들은 이제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립니다. B 씨는 2학기에 휴학하고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학교생활이 많이 아쉬울 것 같다”는 질문에 C 씨가 꺼낸 대답이 라노는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아쉽긴 한데 정확히 뭐가 아쉬운지, 뭐가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다. 애초에 대학을 제대로 다녀 본 적이 없으니 선배들이 무얼 즐기고 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회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팀원들과 코딩하고 치킨을 시켜먹을 땐 정말 재밌었다”고 떠올렸습니다. 20학번에게 대학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으로 기억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