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보고가이소] 수난당하는 대선 벽보·현수막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5-05-23 08:35:3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6·3대선이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정말 코앞입니다.

거리는 온통 선거 분위기로 물들었습니다. 대선 후보의 기호와 얼굴이 커다랗게 새겨진 현수막·벽보는 눈 닿는 모든 곳에 부착됐고요. 아침부터 울려 퍼지는 선거 로고송을 알람 삼아 잠에서 깨는 일이 허다합니다. 유세 차량은 어딜 가나 보이고,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은 곳곳에서 각 후보 홍보에 한창입니다. 뉴스는 대선과 후보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죠.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은 진영 싸움과 정치 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선거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선거운동원을 폭행·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훼손돼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①이재명 벽보 찢고, 김문수 현수막 불붙이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부터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현수막을 손으로 잡아 뜯은 A(50대)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다음 날인 13일 동래구 온천동에서 행인이 민주당 유세에 난입해 연설을 방해하기도 했고요. 15일에는 도시철도 1호선 다대포해수욕장역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국민의힘 관계자의 팔을 때린 B(60대)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합니다.

16일에는 벽보·현수막 훼손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동래구 낙민동에서 이재명 후보의 벽보를 라이터로 망가뜨린 일이 벌어졌고요.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현수막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C(40대)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같은 날 사상구 학장동에서는 벽보 2개가 훼손됐는데요. 이재명 후보만 의도적으로 도려냈죠.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D(60대) 씨를 붙잡았습니다.

또 같은 날입니다. 시의원과 선거운동원이 폭행당한 사례까지 나왔는데요. 북구 만덕동 거리에서 유세하던 부산시의회 민주당 임성배 의원을 향해 E(70대) 씨가 폭력을 행사합니다. 임 의원은 SNS에 “살면서 욕을 가장 많이 먹은 날. 부산에서 민주당 살아남기 힘들다”고 토로했죠.

19일에는 기장군 동부리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이 폭행당했고요. 북구 만덕동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벽보 2개가 훼손됐습니다. 해운대구 중동에 부착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이 망가지는 일도 있었죠.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부산에서 대선 후보 선거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한 사건은 17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요.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 사례는 선거 때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관련 사범도 ▷2012년 제18대 대선 141명 ▷2017년 제19대 645명 ▷2022년 제20대 850명으로 늘었습니다.

②‘별거 아닌 것’이 아니다

벽에 붙은 종이 좀 망가뜨리고, 현수막 찢는 것쯤 별거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벽보·현수막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수단이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범죄라고 보는데요.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것 또한 일반 폭행죄(형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게 처벌합니다. 선거운동원을 때리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죄’에 해당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죠.

선거철 벽보·현수막 훼손은 과거부터 항상 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양상과 빈도가 심상치 않은데요. 단순한 장난을 넘어 정치적 감정이 개입된 듯한 훼손 사례가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등 초유의 사건과 정치권에서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정치 관련 범죄 발생 건수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합니다. 우리 사회의 깊어진 갈등과 혐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