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신윤복이 통탄할 노릇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03-17 21:11:00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클 윈켈만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일 그림 한 점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783억 원에 팔렸지요. 작품 이름은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39)이 13년 넘게 만든 5000개 이미지의 모자이크라고 하네요. 작품은 실물이 아니라 디지털 파일로 저장됩니다. 구매자에게는 작품과 구매자의 정보(고유 인식값)를 블록체인에 기록한 NFT(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 토큰)가 제공된다고 하네요. NFT는 윈켈만의 작품이 무제한 복제되더라도 소유주는 단 한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합니다. 가왕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공식 디지털 녹음 파일을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만약 예술가가 없다면? 문화라는 단어도 사라지겠지요. 머지 않은 장래에 부산에서는 무용가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라대가 무용 전공 폐지를 결정하면서 부산의 4년제 대학 14곳 중 부산대 무용학과만 남기 때문입니다. ‘돈 안되는’ 인문·예술 분야 순수학문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 칼날을 맞은 셈입니다. 앞서 경성대는 1981년 문을 연 무용학과를 2017년 폐과했습니다. 1983년 설립된 동아대 무용학과는 2011년부터 신입생 수혈이 끊어졌지요. “호남은 소리가 강하고 영남은 춤이 강했다. 역사가 사라질 판” “전국의 대학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가만 양산하려 한다. 인문 예술 콘텐츠가 없는데 기술이 있다한들 무엇을 구현하겠느냐”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윤복의 풍속도에는 기녀 두 명이 양반들 앞에서 칼춤 추는 장면(쌍검대무)이 있습니다. 악사들의 삼현육각 장단에 맞춰 기녀들이 양손에 칼을 들고 신명나게 돌아갑니다. 기녀들의 붉은 치마가 맵시있게 날리는 모양새가 흰옷을 입은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양반이나 악사들과 묘하게 대비됩니다. 최승희는 그런 기녀들의 칼춤을 애교스러운 현대무용으로 발전시킨 예악인입니다. 무용학과가 폐지되면 칼춤은 고사하고 칼춤 추는 그림도 보기 어려워질까 걱정입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