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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북항 1부두 전경. 부산시 제공 |
“언제든 슬리퍼 신고 가서 놀 수 있게 만들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 말입니다. 국내 노후 항만 재개발 1호인 북항이 ‘고급 아파트촌’이 되어선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을 일으켜 세울 상업·비즈니스·관광·문화·친수공간이 북항에 가득하길 노 전 대통령은 염원했습니다. 그런데 17일 북항에 고급 아파트나 마찬가지인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착공 허가가 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부산시는 이날 D-3 블록에 레지던스 ‘롯데캐슬 드메르’의 착공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지난해 12월 착공계를 제출한 지 두 달 만입니다. 건축물은 지하 5층에 지상 59층 (약 200m) 규모입니다. 산복도로에서 부산항을 바라보면 시야가 가린다는 얘기입니다.호텔과 같은 관광시설은 하나도 입주하지 않는다네요. 몇몇 부대시설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 레지던스(최대 1221가구)인 셈입니다.
부산 동구가 “북항에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면 산복도로에서 바다를 볼 수 없게 된다. 높이·용적률·레지던스 비율을 조정하라”고 요구했는데도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민간사업자의 사회적 기여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산오션파크(주)는 2018년 11월 부산항만공사에 토지 공모제안서를 냈을 당시 180억 원 상당의 사회적 기여를 하겠다고 했다가 이번에 ‘100억 원 상당의 현물 제공’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롯데캐슬 드메르의 입주가 시작되면 단속 논란 또한 피할 수 없습니다. 오는 4월부터 레지던스를 주택 용도로 사용하면 자치단체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령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항 1단계에는 3곳의 레지던스(약 4000가구)가 추진 중입니다. 레지던스는 오피스텔처럼 취사시설이 갖춰진 데다 호텔식 룸서비스도 제공이 가능합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대출 제한도 받지 않다 보니 신종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부산시민은 과연 슬리퍼 신고 북항에 나들이 갈 수 있을까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