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천사는 바이러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01-11 21:47:16
매년 12월이면 전북 전주의 노송동에 천사가 나타납니다. 얼굴·이름·직업 어느 하나 알려지지 않은 무명씨(無名氏)는 이맘때면 돈 다발을 두고 사라집니다. 21년간 그가 기부한 금액은 7억3863만 원. 2019년에는 무명씨가 놓고 간 성금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일 개봉한 ‘천사는 바이러스’의 소재가 바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입니다.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 스틸컷.
 우리 곁에는 무명씨처럼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 많습니다. 지난 4일에는 40대 후반 남성이 1억2000만 원을 들고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았습니다. 모금 담당자가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라’고 권했더니 그는 신청서에 ‘김달봉’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물론 김달봉은 가명입니다.

 전국에는 또 다른 김달봉이 많습니다. 지난달 23일 부산 동구 수정4동행정복지센터에 누군가 10kg짜리 백미 100포를 기증했습니다. 해운대구 재송2동행정복지센터에도 지폐와 동전 28만2580원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배달됐습니다. 지난 5일에는 70대 노인이 경남 의령읍주민센터를 찾아 2만600원이 든 동전 지갑을 놓고 사라졌습니다. 기부자는 “너무 적어서 미안하다”고 했다는군요. 의령읍은 기부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어려운 취약계층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최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기탁을 약정한 익명의 기부자도 있었습니다.

 ‘천사는 바이러스’는 기자 지훈이 익명의 기부자를 찾겠다며 노송동을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영화에서처럼 신원불명의 독지가를 밝히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과도한 관심을 자제하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천사 기념비’ ‘천사의 거리’ ‘천사의 날개 벽화’라고 합니다. 행복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는 전국의 김달봉 천사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