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이 시대의 장발장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24 20:59:32
부산 중부경찰서 형사과 직원이 생계형 범죄 피의자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중부서 제공
부산의 한 백화점 장난감코너 앞에 선 A(30)씨.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 잡습니다. “16개월 된 아이를 위해서라면….” 두 눈 질끈 감은 A 씨는 1만3900원짜리 ‘콩순이 반짝 리모컨’을 품에 숨겼습니다. 화장실로 숨어 들어간 그녀. 죄책감과 불안감에 정신이 혼미합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차라리 자수할까’….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과 이혼한 A 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젖을 물리는 것 만으로는 아이에 대한 부채감도 덜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장발장이 된 이유입니다.

 70대 B 씨는 초콜릿 바를 훔친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주린 배를 달래려 대형마트에서 훔친 초콜릿 가격은 1만1800원. B 씨의 수입은 매월 지급되는 노인수당이 전부였습니다. 끼니를 때울 밥도 마련하기 곤란한 사정이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 C 씨는 생활비를 구하려 허위로 성매매를 감행했습니다. 노인을 유혹해 모텔에 간 후 지갑에서 돈만 챙겨 달아난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C 씨는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A·B·C 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부산 중부경찰서 형사들은 24일 그들에게 쌀 20㎏씩을 전달했습니다.

 코로나19 탓인지 취약계층의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가난은 그리 단순한 남루가 아닙니다. 남루가 초라함 또는 허접함, 불편, 불안, 불우라는 말과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안빈낙도니 뭐니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가난은 서러움입니다.

 미국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복지 대통령’으로 불립니다. 그가 제정한 복지 법안만 90여 개에 이릅니다. 그 결과 1965년 3300만여 명이던 빈민이 2500만여 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존슨 대통령을 보면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말이 조금은 틀린 것 같습니다. ‘국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성탄절입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