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검사 중 한 명이 프릿 바라라입니다.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 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전설입니다. 그에게 ‘저승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입니다. 바라라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 제안을 거절했다가 해고돼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실로부터 진실을 이끌어내라.”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2018년 파키스탄의 사키브 니사르 대법원장은 1·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기독교도 여성 비비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비비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수감됐습니다. 펀자브 주지사는 비비를 동정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됩니다. 비비는 “약자도 정의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감격해했습니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판사는 미국 사법부의 전설입니다. 그는 1930년 빵 한 덩어리를 훔친 노인에게 벌금 10달러를 내라고 합니다. 또 자신과 방청객들에게 각각 10달러와 50센트씩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우리 역시 빵을 훔쳐야만 할 정도로 어려운 노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모은 57달러50센트로 노인의 벌금을 대신 내줍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감옥에 갇혔던 윤성여(53) 씨가 17일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과거 수사기관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수사를 했다는 뜻입니다. 검찰도 윤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윤 씨처럼 ‘사법살인’의 피해자는 차고 넘칩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인 부림사건은 물론 부마·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도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도 재심을 통해 진범이 드러난 경우입니다. 바라라처럼 정치권력을 멀리하고 오직 사실만 쫓는 검사, 니사르나 라과디아처럼 약자의 눈물에 공감하는 판사가 넘친다면, 검찰개혁이니 사법개혁이니 하는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