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250세 악성( 樂聖)에게 위로를 받는 연말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16 22:03:19
국제신문 DB
오늘(17일)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입니다.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분별 없는 의사들 때문에 완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다.” 베토벤이 서른두 살에 남긴 유서는 ‘비극’입니다. “사람들과 즐겨 어울리고 싶을 때조차도 나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 유형자와도 같은 생활이다.” 귓병·우울증·간경화·신장질환· 폐질환에 시달리던 악성(樂聖)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질병은 아픔만 준 게 아닙니다. “나는 절망의 심연으로 굴러 떨어져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예술뿐이다. 운명의 여신이 내 삶의 밧줄을 끊을 때까지는 저항하려는 결심을 간직하자.”

 절망이 단련시킨 불멸의 예술혼은 교향곡 제9번 ‘합창’을 낳습니다.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리/그대의 날개가 상냥하게 멈추는 곳에서” “백만의 사람들이여/껴안아라!/이 입맞춤을 전 세계에!” 베토벤은 음률로 시를 쓴 철학자입니다. 그에게 셰익스피어나 칸트와 같은 위계를 부여하는 까닭입니다. 철학자 니체는 “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은 공존한다”란 문장을 남겼습니다.

 베토벤은 ‘극복의 아이콘’입니다. 매년 전 세계인이 합창 교향곡 연주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TV에서 합창 교향곡 연주를 접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탓입니다. KBS 교향악단은 대규모 출연진이 한꺼번에 무대에 서기 어려워지자 합창 대신 제6번 교향곡 ‘전원’으로 연주곡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부재(不在)가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걸까요. 유튜브의 ‘더 베스트 오브 베토벤’ 영상은 16일 현재 4452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베토벤 음반도 지난해보다 80% 더 팔렸다고 하네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적용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하루 빨리 전염병을 극복하고 모두 함께 ‘합창’을 합창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