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산타와 거리두기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09 22:13:17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 쇼핑몰에서 보호 마스크를 쓴 산타클로스가 어린이를 즐겁게 하고 있다.
“산타가 승합차에서 손을 흔든다. 집 밖에서 놀던 아이가 ‘왜 (사슴 썰매 대신) 차를 타고 왔느냐’고 묻자 엄마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한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해 미국의 성탄절 풍경이 코로나19 탓에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도시에서는 산타가 밴을 타고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아이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쇼핑몰 풍경도 바뀌었습니다. 보통 성탄절 즈음엔 어린이가 산타의 무릎에 앉아 원하는 선물을 속삭이곤 했는데 올해는 이런 장면을 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산타가 투명 유리공 안에 들어가거나 가림막을 세워 거리를 유지합니다. 박물관에서 산타 역할을 하는 케니슨 카일(51)은 ”유리공 안에서는 아이들과 소통이 어렵다. 부모가 내 말을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타의 발상지는 네덜란드입니다. 빈자를 돕는 데 평생을 바친 성(聖) 니콜라스의 기일(12월 6일)을 ‘신터 클라스(Sinter Klass)의 날’로 정해 기념했습니다. 신터 클라스가 현재의 산타 클로스로 변신한 건 네덜란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입니다. 흰 수염에 붉은 털옷을 입고 인자하게 웃는 할아버지 이미지는 겨울에도 콜라를 팔려는 코카콜라의 마케팅 수단입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은 ‘산타와 거리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2020년은 이윤 창출에 눈이 먼 자본주의가 기후변화와 ‘역병의 습격’을 자초했던 어둠의 해”라고 평가하지 않을 지 걱정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무대(세계)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소외효과)를 강조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사물(진실)을 제대로 보기 어려워 성찰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뼈저린 성찰을 위해선 물리적·정신적 거리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산타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성 니콜라스의 사랑을 되새기는 최소한의 행동 아닐까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