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겨울철 공사판 된 인도, 보도블럭은 '죄'가 없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06 20:29:51
6일 오후 부산 서구 서부산 세무서 인근에서 진행 중인 보도 정비공사 현장에 장비와 자재가 쌓여있어 한 시민이 차도를 걸어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연례행사가 또 찾아왔습니다. 보도블록 교체. ‘세금낭비의 주범’이라는 비판에도 연말이면 인도가 뒤집어집니다. 서부산세무서 일대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6일 이곳을 찾았더니 뒤집어지거나 깨진 보도블록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부산 서구의 보도블록 ‘정비 사업장’은 5곳입니다. 영도·동래·금정구도 8억~35억 원을 들여 인도를 정비 중입니다. 상인 정모(23) 씨는 “멀쩡한 보도를 뒤엎지 말고 차라리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라”고 꼬집습니다. 반면 담당 공무원들은 “노후화가 심해 정비가 필요하다. 보행약자를 위한 사업일뿐 예산낭비는 아니다”고 항변합니다. 부산 남구는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10월까지 모두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가 수영로 일대 공사가 지연되자 ‘사과문’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왜 보도블록 공사는 연말에 집중될까요. 보통 예산은 전년도 11~12월 편성됩니다. 이듬해 3월쯤에는 자치단체마다 정비 계획을 수립합니다. 주민 설명회와 공개입찰(사업자 선정)까지 마치고 나면 태풍과 장마가 찾아와 공기가 지연됩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연말 공사’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무원들에게 책 한권을 권합니다. 2018년 박대근 서울기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낸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입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일본인들은 지진으로 인해 망가진 보도블록을 복구하기 전에 직접 상태조사를 하고 원인 분석을 하여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재해 탓만 하지 않고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보도블록을 개발하고 더 튼튼하게 시공할 방법을 찾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공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파손됐다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구조는 사익을 취한 누군가의 욕망을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