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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격추된 러시아 드론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제목은 ‘터미네이터’입니다. 나이가 꽤 있는(?)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보디빌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무시무시한 사이보그로 출연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영화 내용이 압권이었습니다. 미래에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말살하려 합니다. AI는 저항하는 인간을 이끌던 사령관의 출생 자체를 막으려고 사이보그를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보냅니다. 이 영화에서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는 2029년입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2029년은 너무나 먼 미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코앞으로 닥쳤습니다.
놀라운 점은 현실이 점점 영화를 닮아간다는 것입니다. 2026년 현재 AI는 인간 문명 깊숙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어느새 인간은 AI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AI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전쟁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꼽힙니다. 기존 전쟁에선 인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것도,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모두 인간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인간 대신 드론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드론의 공격 대상은 제한이 없었습니다. 인간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값싼 대규모 드론 앞에서 막대한 몸값의 방공망도 약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는 달라진 전쟁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류·정찰 및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지상 로봇, 요격·정찰·공격용 무인항공기, 자폭용 무인정과 대공미사일 탑재 무인정 등이 퍼레이드에 참가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드론을 포함한 무기는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등장한 것이 AI 자율 살상 드론입니다.
그동안 드론은 인간이 직·간접적으로 조종했습니다. 하지만 AI 자율 살상 드론은 다릅니다. 인간 개입 없이 AI가 자율적으로 표적을 선정하고 공격합니다.
실제 지난달 러시아가 AI 자율 살상 드론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타격했습니다.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방공 사령관인 세르히 미나예우 대령은 “몇 년 안에 ‘터미네이터’ 속에 사는 것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기계들이 (현재) 공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러시아만 AI 자율 살상 드론을 보유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도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지에서 완전 자율형 AI 시스템을 시험했습니다. AI끼리 전쟁을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뜻입니다.
어떻습니까. 영화 ‘터미네이터’가 점점 현실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AI끼리 전쟁을 하다 갑자기 총구를 인간으로 돌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