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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조 장관은 전쟁 동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고 전하면서 “미국-이란 간 협상 진전 등 중동 정세의 향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안과 관련해 별도의 언급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공격을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했나? 종료한다고 했나?”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그렇다. 다만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전쟁권한법이 의회 승인 없이 대외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명시한 상황에서) 60일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전쟁을 끝내놓고 다시 (시작을) 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실제로 출구 전략을 찾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네. 이해했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질문으로 현안 해결에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중동전쟁과 관련한 문제에선 짧은 대답으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왜?란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중동전쟁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 말을 아낀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짧은 말에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주는 고뇌가 살짝 읽힙니다. 아마 이 대통령은 미국의 거듭되는 파병 압박에 깊은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께 호르무즈 해협 안쪽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화물선 나무호 기관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선원들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4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습니다.
HMM 나무호는 예인선에 이끌려 이르면 7일 오후, 늦으면 8일 오전 사고 발생 해역과 인접한 두바이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는 극도로 신중한 입장입니다. 나무호가 두바이항에 입항하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조사에 참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아주 강력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행사에서 “그들의 선박이 공격당했다. 그들은 선박의 대열에 없었고 혼자 행동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들의 선박은 어제 박살이 났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하던 선박들은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을 말합니다. 풀이하면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있던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의 공격에 노출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기정사실로 해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 대목입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해방 프로젝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대 해역에 갇힌 민간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유도 및 지원하는 작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수사나 물밑 접촉 같은 전통적인 방법 대신 노골적으로 한국의 파병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지난 5일 언론 공지에서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안에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굉장히 놀라운 발표입니다.
여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이란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한국의 합류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하루 만에 프로젝트 자체를 잠시 중단하겠다고 밝혀 갈피를 못 잡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에 합류할 필요가 없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전쟁 개시 보름 만인 3월 14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5개국을 지목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습니다. 각국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거나 대놓고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않는 동맹’이라고 규정해 연신 비난했습니다. 실제 지난 1일 중동전쟁 비협조를 내세워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5000명 감축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하더라도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대통령 고뇌의 정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끊임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은 툭하면 주한미군을 내세웁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로부터 거센 파병 압박을 받았습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노 전 대통령에겐 굉장히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가 담긴 메모가 이후에 공개돼 얼마나 힘들게 결정을 내렸는지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마 이 대통령이 파병이란 단어를 직면하고 고민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노 전 대통령이 생각나지 않았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