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4-23 09:36:49
아동 학대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아주 예전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쓴 기사를 찾아보니 20년이 넘었네요. 2004년 전후로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장기 미아였습니다. 당시 부산경찰청에 신고된 장기 미아는 9명이었습니다. 장기 미아를 찾기 위해 전단이 배포됐고, 시민들도 힘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엉뚱하게 진행됐습니다. 장기 미아를 수사하던 경찰에 ‘이상한 사람들’이 붙잡혔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사람들’이란 표현이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네요. 경찰에 검거된 사람들은 장기 미아의 가족들이었습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장기 미아의 부모가 이혼 후 재혼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다른 가정이나 고아원에 맡겼습니다. 대신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허위로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인륜을 저버린 가짜 미아 신고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9명의 장기 미아 중 7명이 허위신고로 판명났습니다. 경찰도 시민들도 허탈했습니다. 경찰은 미아를 찾기 위해 치안을 담당할 인력을 투입하는 등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아이를 잃은 뒤 슬픔에 젖어 사는 진짜 미아의 가족들이 씻기 힘든 상처를 받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기 미아는 한 단면입니다. 또 다른 단면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아프게 합니다. 그건 바로 아동 학대입니다. 아동 학대는 워낙 많이 발생해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렵습니다. 영화와 드라마에도 적지 않게 등장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예전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했던 관계자가 들려줬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온 아이들 중 일부는 가정 폭력의 희생자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무겁고 힘든 이야기를 꺼낸 건 22일 들려온 소식 때문입니다. 정부는 학대 위기에 놓인 아동들을 좀 더 일찍 발견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이용한 적 없는 6세 이하 아동 약 6만 명을 다음 달부터 전수 조사한다고 합니다. 또 아동학대 범죄의 법정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할 쉼터를 더 늘린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과 함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수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학대 사망 아동을 2020∼2024년 평균 41명에서 2029년 30명으로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정부는 영유아와 장애 아동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그동안 피해가 집중됐지만 학대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아이들의 가장 튼튼한 울타리이며 보호막입니다. 만약 그 울타리가 무너지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건 우리 사회의 책임이자 의무이니까요. 아이들은 절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일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