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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모든 게 딱 한 사람,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4일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아파트 주민과 함께 직접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그는 “오래오래 부산 시민, 북구 시민, 만덕 시민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북갑 선거 출마와 관련해 한 전 대표는 온몸으로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냈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는 전입신고를 보도하려는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한 전 대표를 향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박 시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갑 선거가 전국의 가장 화제가 되는 선거구가 된 것은 틀림없다”며 “이것이 부산시장 선거와 맞물려서, 부산이 이번 지방선거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열기는 15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활활 지폈습니다. 정청래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지도부는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바람몰이를 했습니다. 여기서 정 대표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북갑 선거 차출을 위한 ‘여론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전재수(북갑) 의원에게 하 수석에 대한 ‘질문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다 정 대표는 “전 의원께 묻겠다. 하 수석을 좋아하느냐”고 했고, 전 의원은 “저한테 자꾸 물어보시나. 사랑합니다. 아주 사랑합니다”라며 “사랑한다고 해서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하 수석을 향한 사랑 고백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정 대표는 이미 하 수석을 향해 수차례 공개적으로 출마를 요청한 바 있으며, 조만간 직접 만나 출마를 권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하 수석이 출마보다 현재 업무를 하는 것이 맞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참고로 하 수석은 부산 사상초·사상중·구덕고를 졸업했습니다.
북갑 선거는 전국구 선거로 부상했습니다. 이러다 부산시장 선거가 북갑 선거에 완전히 묻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북갑 선거가 뜨거울까요.
먼저 지역적 상징성을 들 수 있습니다. 북갑은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민주당의 부산 핵심 거점입니다. 보수가 절대적 우위를 보인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을 단 부산 지역 후보 중 전 의원만 유일하게 생존했습니다. 그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소중한 지역입니다.
여기에 북갑은 낙동강 벨트의 중심입니다. 부산과 경남에 걸쳐 있는 낙동강 하구 6개 지역인 사하 사상 북 강서 김해 양산 등은 보수당 텃밭인 PK에서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북갑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북갑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 새겨진 성지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억하십니까.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며 서울 종로를 뒤로하고 택했던 지역이 바로 북강서을이었습니다. 선거에선 패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바보 노무현’이란 역설적인 훈장을 달았습니다.
이 정도면 북갑이 지닌 상징성을 이해할 수 있겠죠.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고, 반대로 국민의힘으로선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지역입니다.
그런 곳에 한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한 전 대표의 등장으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이제부터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해 거친 광야에 놓인 상태입니다. 현재는 보수 야권의 잠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보수 야권엔 험지이면서 민주당의 성지 같은 북갑에서 승리한다면 단번에 보수 재편의 적임자로 부상하면서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더욱이 북갑 선거는 부산시장 선거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전 대표가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전 의원을 공격하면 누가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누리겠습니까. 부산시장 선거에서 경쟁하는 박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강하게 뭉치면 낙동강 벨트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그런 한 전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속내는 복잡다단합니다. 한 전 대표는 당에서 제명당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보수 성향 유튜버인 이영풍 전 KBS 기자가 북갑 일대를 훑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한 전 대표 간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보수 분열’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한 전 대표도, 국민의힘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구도입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현실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복당해 다른 후보들과 경쟁을 통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도읍(강서) 의원은 아예 당 지도부에 ‘무공천’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한 전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정치와 선거는 생물이니까요. 앞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북갑 선거 구도를 지켜보면 부산시장뿐만 아니라 보수 야권의 미래까지 점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 단서가 있습니다. 전 의원이 오는 30일 전에 사퇴해야 보궐선거가 실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