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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지법 민사11부 심리로 열린 영화숙 재생원 사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 뒤 피해자와 변호인단이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
26일 부산지법 303호 법정에서 울려 퍼진 간절한 호소입니다. 이렇게 말 한 사람은 손석주(62) 부산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장입니다.
이날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등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차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피해자) 185명을 대표해 4명이 출석, 50여 년 전의 참상을 처음으로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영화숙·재생원은 1960~70년대 부산 사하구(당시 서구) 장림동에 있었던 부랑인 수용 시설입니다. 2022년 11월 국제신문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월 강제 수용된 아동들이 가혹한 인권 유린을 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 181명의 진실규명을 결정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지난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증언에 나섰던 손석주 협의회장은 “이제는 대한민국이 저희들을 구해주십시오”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이 말 속 대한민국은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그중 하나는 피해자들을 지켜줄 국가를 말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들이 당한 고통에 대해 책임져야 할 당사자로서 대한민국입니다.
형제복지원과 영화숙·재생원의 심각한 인권 유린이 알려진 뒤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배경이었습니다. 국가가 감금을 합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조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지침’을 통해 형제복지원이 부산시와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사회적 약자를 마구잡이로 입소시켰습니다.
영화숙·재생원은 형제복지원의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 이전에 부산시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았습니다. 부산시는 1968년 조례를 만들어 부랑인 단속과 수용 권한을 민간시설에 넘겼고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부산시, 즉 국가가 시설 운영과 존립 근거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손석주 협의회장은 대한민국에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한 피해자는 “어릴 때 잡혀 글자도 못 배웠다는 게 제일 후회스럽습니다. 가족과도 단절돼 혈육의 정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법정 경위가 읽어주는 증인 선서문을 따라 말하며 진술했습니다. 그는 당시 중구 중앙동에 자리한 ‘연락사무소’에 수용돼 있었습니다. 단속된 아동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아이가 도망쳤으나 머지않아 잡혀 들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잡혀 온 아이들이 매 맞는 것을 보곤 도저히 도망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원산폭격’과 같은 단체 기합을 받는 횟수가 밥 먹는 것보다 많았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는 “단체기합이 공포스러웠던 건 수용된 사람들이 쓰러지고 심지어는 죽는 모습까지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맞아서 죽은 친구는 실내에서 밤에 오줌을 많이 쌌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당하지 않으려 시키는 대로 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을 가득 채운 피해자들은 소리 죽여 흐느꼈습니다.
무려 50~60년 전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50~60년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때입니다. 그들의 상처를 꼭 보듬어야 합니다.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