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가깝고도 먼 부산과 경남, 이제는…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5-11-18 09:58:39
지난 12일 국회에서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박완수(왼쪽) 경남지사가 한병도 예산결산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2026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부산과 경남은 무척 가까운 사이입니다. 부산은 경남에 소속돼 있다가 1963년 직할시로 승격했습니다. 부산의 뿌리가 경남이란 뜻입니다. 행정적으로 그렇습니다.

구성원들을 봐도 부산과 경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현재 부산 시민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경남 출신이 아주 많습니다. 가족이란 개념에서도 부산과 경남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가깝고도 먼 관계. 참으로 모순적인 말이지만 부산과 경남을 규정하는 표현 중 이만큼 정확한 게 없습니다.

앞서 부산과 경남이 가까운 사이라는 점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먼 관계가 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딱 하나만 예를 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입니다. 2016년 부산과 경남을 이만큼 뒤흔든 사건은 없었습니다. 부산은 ‘가덕신공항’, 경남은 ‘밀양신공항’을 주장하면서 격렬하게 충돌했습니다. 결론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겠죠. 문제는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하게 가시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부산과 경남은 여러 분야에서 맞붙었습니다. 유쾌한 기억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언급하려는 ‘물 문제’입니다. 이건 충돌, 경쟁 이런 유형이 아닙니다. 부산이 경남의 도움의 받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부산의 물 고민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아마 마음 독하게 먹고 그동안의 역사를 쓰면 밤을 새울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간단하게 줄여 보겠습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가 불거지면서 부산의 취수원 다변화 정책이 시작됐지만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남강댐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로 중단됐습니다. 그 뒤 낙동강 상류의 강변 여과수로 눈을 돌렸습니다. 경남 의령·창녕의 강변여과수와 합천 황강의 복류수를 하루 90만t 취수해 부산과 동부 경남에 각각 42만t, 48만t 공급하는 겁니다.

여기서도 주민 반발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의령군과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어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불과 2주 만에 주민 반발로 협약은 해지됐습니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하는 의문이 들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산시도 이 문제에 관해 할 말이 적지 않습니다. 경남도뿐만 아니라 경남의 해당 지자체, 향우회 등을 찾아 설득하고 심지어 종친회까지 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부산과 경남은 혈육이란 점을 부각시켰지만 경남 주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물 문제는 예산 시즌이 시작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병도 위원장에게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신설돼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우연히 이 자리에 동석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산시의 관련 예산 마련 요청에 힘을 보탰습니다. 물론 박 지사는 주민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은 견지했지만 완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예산은 국회 상임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서 19억2000만 원 증액에 성공했습니다.

국회 예결위는 17일부터 소위를 가동해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증액·감액 심사에 돌입했습니다. 낙동강 관련 예산의 운명도 결정됩니다. 이번에는 좋은 결실을 맺어 부산과 경남이 가까운 사이로 재정립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