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재건 기금? 배상금? 왜 한국?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6-18 09:06: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안에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로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그 금액의 절반이 넘는 자금이 이미 출자 약정된 상태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기금은 통상적인 재건·배상 프로그램이 아니며, 미국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은 전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미국·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1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조달에 동의했다고 알렸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기업들이 출자를 약속했다고 거론했지만 전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기금이 조성되면 전쟁 배상을 요구해 온 이란은 전후 복구에 필요한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핵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란은 전쟁 피해 배상금으로 미국에 4000억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지금까지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우선 배상금 또는 이란 재건 민간 기금이 등장하는데, 말장난처럼 보입니다. 또 전쟁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했는데, 왜 미국 납세자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의 기업이 자금을 내야 합니까.

하나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돈의 ‘이름표’입니다. 배상금은 통상적으로 전쟁에서 패한 국가가 승전국에 손해 배상 명목으로 주는 돈을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란은 미국에 전쟁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승전국이고 미국이 패전국이란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미국이 승전국이면 배상금을 이란에 줄 이유가 없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따진다면 오히려 미국이 이란에 배상금을 받아야 합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MOU에 거액의 이란 재건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형식상 이름은 배상금이 아니라 이란 재건 기금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건 기금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도 미국이 패전국이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 돈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의 민간 기업들이 출자하는 형식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즉 미국이 아닌 국가들의 민간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과 관련 없다고 발을 빼는 것입니다.

전후 복구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이란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배상금 성격으로 지원해 준 돈이라고 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진 종전을 원하는 미국과 이란의 뜻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황당한 것은 돈의 출처입니다. 기금은 미국이 아니라 동맹국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동맹국과 상의 없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해 놓고 배상금 성격이 의심되는 기금을 동맹에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보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각국이 자발적으로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3월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군함을 파견해 해협 개방을 도우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쯤 되면 가장 궁극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미국은 전쟁을 왜 시작했을까요. 현재 논의되는 내용을 보면 미국이 얻은 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잃은 게 더 많습니다. 거기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