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승자도, 패자도 없는 애매한 전쟁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6-16 09:12: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종료됐습니다. 전 세계를 패닉에 몰아넣은 전쟁이 끝나 대부분 국가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전쟁이 끝나면서 누가 승자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 전쟁에선 애매합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개시부터 줄곧 ‘승자’임을 자처했습니다. 여기에 맞서 이란도 ‘위대한 승리’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서로 ‘승자’라고 주장하지만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미국과 이란 모두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은 전쟁이었습니다.

여기선 이번 전쟁의 종료 배경을 살펴보고 양국의 득실을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란입니다.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그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고, 공급망 마비와 금융시장 위축이 도미노처럼 뒤따랐습니다. 이게 이란에 부메랑이 됐습니다.

미국이 전면적인 대이란 해상 봉쇄 카드를 꺼내면서 이미 최악의 상황이던 이란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란 법정 화폐인 리알화 가치는 지난달 말 암시장에서 달러당 180만 리알까지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여기에 연간 물가상승률은 50%를 웃돌고 있습니다. 생필품을 할부로 구매해야 할 정도로 민생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결국 이란 지도부는 군부 강경파의 종전 반대에도 불구하고 폭발 직전의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전면전 재개에 대한 공포도 이란 수뇌부의 결단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도 경제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특히 유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은 개전 직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허를 찔렸고, 전쟁 기간 내내 유가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넘게 막히자 국제 유가는 전쟁 전 대비 40∼60%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미국 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전쟁 전의 약 1.5배 수준입니다. 거기다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그에 따른 산업 전반의 타격이 도미노처럼 가시화했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개전 후 10주 동안 290억 달러(약 43조 원)를 쏟아부었습니다. 막대한 전쟁 비용은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으로 괴로운 미국 유권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악화된 국내 여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여지를 많이 남기지 않았습니다.

양국이 종전을 선택한 주요 배경은 경제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좀 더 넓게 보면 복합적인 동기가 작용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복잡다단합니다. 여기선 더 자세하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런 면도 유의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앞서 표현한 대로 애매합니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명분은 이란의 비핵화입니다. 이 숙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양국은 오는 19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0일 동안 영구 종전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본협상에 들어갑니다. 협상의 핵심 의제는 이란 핵물질 처리입니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승자로 인정받으려면 협상에서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반면 이란은 경제와 민생이 파탄 나고, 국가 주요 인프라가 초토화돼 액면상으로 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더구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전쟁 초기 사망하는 등 지도부가 붕괴했습니다. 여기에 중동 내 미군기지 ‘보복 타격’을 명분으로 UAE, 카타르 등 주변 아랍 국가들을 무차별 공격해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강경파들이 등장해 지도부는 건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습니다. 또 100일 이상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동의 ‘강소국’ 이스라엘의 파상공세를 버텨냄으로써 반미 진영 내 존재감과 위상을 확인했습니다.

대차대조표를 따지면 이란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협상 결과에 따라 ‘승자’ 대접을 받을지, ‘패전국’으로 남을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사일과 드론 대신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말’의 무기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