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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 |
탑승 게이트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의문이 풀렸습니다. 당시 공항엔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제가 타야 할 비행기가 공항에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해 일종의 사고 아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행기는 네 번 착륙을 시도했다가 강풍과 폭우로 다시 상승하는 복항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예약한 좌석에 앉은 승객이 심하게 토해, 간단한 청소로는 냄새를 제거하지 못해 좌석을 변경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항공사 직원이 저에게 내민 탑승 티켓에 적힌 좌석 번호는 정상적으로 프린트된 것이 아니라 볼펜으로 쓴 숫자였습니다. 새삼스럽게 비행기란 교통 수단의 안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토교통부는 3일부터 김해공항에서 ‘첨단 위성항법 절차(RNP-AR:Required Navigation Performance Authorization Required)’가 운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절차는 산악지형 등으로 착륙 때 시계비행에 의존하는 공항에 주로 적용됩니다.
국토부는 절차가 운용되면 기존 조종사의 육안 판단에 의존하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위성항법을 바탕으로 사전에 설계된 일정한 경로로 정밀하게 비행한 뒤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특히 항공기가 내릴 수 있는 최저 기상 조건이 그동안 사용된 선회 접근 때보다 완화되는 까닭에 기상 사정으로 발생하는 복행·회항·결항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 실제 운항은 항공사의 자체 준비와 운항 당국의 특별 승인을 거쳐 차례대로 이뤄집니다.
따지고 보면 조금 어려운 설명입니다. 항공기와 항공 역학 등에 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략 이해합니다. 그동안 발생한 사고로 본의 아니게 항공 교육이 이뤄진 탓입니다.
지금까지 김해공항은 북쪽에 있는 돗대산, 신어산 등으로 인해 곧바로 착륙하기가 힘들어 조종사가 맨눈으로 공항 상태를 확인·선회하는 방식으로 활주로에 접근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종 부담이 컸으며 복행·회항에 따른 우려와 이용객 불편이 이어졌습니다.
떠올리기 싫지만 대형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2004년 중국 민항기가 선회 접근 중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숨졌고 지난해 6월 대만 중화항공 소속 여객기는 돗대산과 1㎞ 남짓한 거리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복항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김해공항에서 유독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비행기는 이착륙 시 양력 때문에 맞바람이 필요합니다. 뒤에서 바람을 받으면 이착륙 모두 어렵습니다. 김해공항은 육지 쪽에서 북풍이 주로 붑니다. 그럴 땐 비행기들이 바다 쪽에서 직선으로 착륙합니다. 반면 바다 쪽에서 남풍이 불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비행기는 맞바람을 받으려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착륙해야 합니다. 문제는 북쪽에 돗대산과 신어산이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돗대산과 신어산을 피해 선회비행으로 착륙해야 합니다. 이런 까닭에 조종사들 사이에 김해공항은 상당히 까다로운 곳으로 통합니다.
2004년 중국 민항기 사고로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거의 20년 가까운 논란 끝에 가덕신공항 건설이 결정됐습니다. 지금은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공항의 안전성을 한층 높일 절차가 시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가덕신공항 개항 예정 목표는 2035년입니다. 목표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10년 가까이 김해공항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김해공항 안전성 강화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