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교사들이 교권 회복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와 관련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내고 추모의 뜻을 함께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으로 1만5000명이 참석했습니다. 부산에서는 초등교사 17%가 연가를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부산시교육청에서 ‘부산 교사 일동’ 주최로 열린 추모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린 4일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에서 부산지역 교사 일동이 “교권 보호 법안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주말 추모집회에서는 교사 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결집해 비뚤어진 학교 현장을 바로 잡아 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했습니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후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교사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린 거 같습니다. 동료 교사와 학생이 받을 충격을 생각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자제해야 하겠지만 그만큼 교사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큰 거 같습니다.

사태를 해결해야 할 교육부와 여당은 참여 교사들이 공무원의 집단행동 금지를 위반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교사들은 “헌법에 병가나 연가를 낼 자유가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뭐가 무서워 이를 막으려고만 하는지. 교사들이 왜 이러는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데도 말입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아 “그동안 무너진 교권에 대한 선생님들 목소리를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며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 선생님들께서 모여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더 이상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과는 달리 다소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입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사전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우리 선배들이, 동료 교사들이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라며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과 학교를 우리가 지키겠다. 국회와 정부도 교권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선생님의 한과 슬픔을 달래고 이제는 힘들어하는 선생님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교사들이 이렇게 폭발한 것은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를 근거로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교사에게 책임을 지우고 심지어 처벌까지 하는 데 있습니다. 일부 교사는 “학부모나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동을 학대했다고 몰아세우는 환경에서 교사로 서 있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