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많은 학교에서는 ‘2024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에 따라 작년도 교육활동에 대한 성과급의 개인별 등급을 알리는 문자를 선생님들에게 발송했다. 모든 선생님을 3개 등급(S, A, B)으로 나누어 차등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런데 명색이 상여금인데 그 누구도 고마워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라면 학교장은 으레 S등급자에게 그동안 노고를 치하하고 B등급자에게는 분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 학교관리자의 심정일 것이다.

교원의 성과급은 전문성을 제고하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경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2001년부터 도입되었으나 시행 초기부터 반발은 컸다. 그래서 각 교직단체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교원 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기도 하다. 특히 교사의 경우 주된 교육활동으로 수업의 내용과 질에 대한 평가(이것은 외부에서 기대하는 핵심일 것임)가 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정량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든 교사에 대해 등급을 매기게 되면서 보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발전시키기보다는 학교 안에서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근래 ‘극한 갈등’이라는 책으로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는 아만다 리플리는 201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고 미국의 저조한 성적에 충격을 받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그는 전 세계 교육 강국의 수많은 교육관계자를 만났으며 또한 한국 핀란드 폴란드에서 수학한 교환학생의 생생한 체험을 인터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이다. 이 책에 교환학생으로 부산 N고등학교에 왔던 에릭의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그는 N고에서의 교육을 ‘수업 시간에 3분의 1이 자면서 미안한 기색도 없는 학생, 그럼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꿋꿋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부가 진실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 한다면 성과급으로 차등하기보다는 이런 비효율적 교육시스템을 개선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떠한가. 먼저 급여 자체가 성과급을 포함하는 영국과 성과급 자체가 없는 핀란드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영국은 우선 교원자격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신규 임용되면 2급 정교사에서 시작해 3년 정도 근무하면 연수를 통해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리고 15년 이상 근무하면 선발을 통해 수석교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은 신규교사(NQT) 정교사(FQT) 숙련교사(ET) 리더교사(LP)라는 단계를 두며 모두 심사를 통해 취득한다. 단계별 보수체계가 있어서 우리처럼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매해 평가를 통해 급여가 정해진다. 즉, 경력이 많다고 반드시 보수가 증가하거나 진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업무가 많은 교사에게는 교수학습책임수당(TLR)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핀란드는 교사에 대한 신뢰와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는 없다. 단지 지방정부와 교사노조 간 단체협약을 통해 매년 실시하는 자율평가는 교육 방법이나 필요한 서비스의 문제점이나 개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다. 그럼에도 세계는 핀란드를 교육 강국으로 주목한다.

올해 비교과(보건 영양 사서 전문상담) 교사는 부산시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단위로 통합해서 교과 교사와 분리해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비교과 교사가 교과 교사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처리결과 통지에 따른 것이다. 이렇듯 개선책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교원 성과급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교사들의 불만이 여러 곳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바야흐로 때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교원 성과급 제도가 갖고 있는 제반 문제점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하고 이를 바로잡아 교단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많이 선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