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해외 언론도 주목하는 이슈다. 그런데 이들이 인구 감소와 연결지어 집중 조명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국방력이다. 미국 CNN은 북핵 위협이 날로 거세지는데 군 자원마저 급감하면 어쩌느냐는 걱정을 우리보다 심각하게 한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출산율이 남한의 배 이상이기 때문에 남침 가능성이 높다며 병력 확충을 위한 골든타임을 10년 안팎으로 제시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을 때 청와대 지하벙커에 대통령, 국정원장, 국무총리, 여당 대표 등 당정 요인이 모두 모였다. 그러나 정작 주목을 끈 대목은 이들의 회의 내용이 아니라 참석자 전원이 군 면제자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의무는 늘 공정성 문제와 함께 거론된다. 공무원 임용 자격을 남녀 막론하고 군필자에게만 주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공약은 20~30대 남성이 가진 그런 정서를 파고든다.

군 복무를 시작한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최근 근황이 전해졌다. 빨간색 군복에 색소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 것이다. 지난달 육군 훈련병 수료식을 마친 RM은 군악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부대 복무 중인 뷔는 얼마 전 ‘몸무게 72.5㎏ 달성, 충성’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BTS는 2022년 12월 맏형 진을 시작으로, 제이홉(2023년 4월) 슈가(9월) RM 뷔 정국 지민(12월)이 차례로 입대했다. 사회복무요원인 슈가를 제외하면 모두 육군 현역이다. BTS 군 면제 여부 논의가 한창일 때 본인들은 물론이고 팬클럽인 아미 회원들조차 “군대 간다는데 왜 난리냐”고 오히려 면제에 반대했다. 현재 이들 일곱 멤버는 세상에서 가장 몸값 비싼 군인들이다.

2022년 한국군 상비병력은 50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48만 명에 그쳤다고 한다. 지금 같은 저출생이 계속되면 40만 명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예측이다. 군 자원이 급감하자 병무 당국은 18세 고등학생에게도 병역준비역 편입 안내문을 보내 입대를 독촉하고 과체중 혹은 저체중자, 트랜스여성(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성)으로까지 대상을 넓혔다. 병역법에 나열된 사유를 들이대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당당히 직진을 선택한 BTS야말로 선한 영향력의 표본이 아닐까. 병역 혜택을 받은 후에 안면을 싹 바꿔 애국심보다 월급 주는 소속팀을 향한 애사심에 더 불타는 일부 스포츠 스타들과 참 많이 다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