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열대우림에서 방금 우화한 나비 한 마리가 투명한 날개를 조심스럽게 팔랑거린다. 이 연약한 날갯짓은 숲 공기를 가볍게 흔드는가 싶더니 물결처럼 퍼져나가 상공을 지나던 기류에 속도를 더하고, 그 기류는 이 영향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단을 형성한다. 때마침 강한 태양열을 받아 상승한 수증기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은 기단은 가공할 토네이도로 성장해 북상하면서 미국 캔자스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 유명한 '나비효과'를 설명하는 가상 현상이다. 카오스 이론의 핵심 개념인 나비효과는 1961년 기상학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기상 예측용 수학모델을 개발하던 미국 MIT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어느날 원래 수치의 소수점 이하 여덟자리에서 반올림한 새로운 수치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 보았다.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함이었고, 그 정도 차이는 결과에 별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출력된 결과를 본 그는 충격을 받았다. 당초 예측치와 엄청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소수점 이하 여덟자리 수준의 미세한 차이가 바로 나비의 날갯짓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수학적 카오스'라 부르는데, 자연은 이를 나비효과와 같은 방식으로 실연해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나비효과는 사소한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확대돼 우리의 미래를 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다양한 요소가 반복적으로 개입해 진화하는 사태의 경우 그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거의 무한대의 요소가 작용하는 기상변화에서 비교적 장기간에 속하는 한 달쯤 후의 날씨 예보는 하나 마나라는 게 로렌츠의 결론이다.
나비효과를 장황하게 거론한 것은 최근 기상청의 기상 예보가 여론의 도마에 올라서이다. 얼마 전 환경부 장관은 기상청을 질타하며 외국인 예보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는 분명 문제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불량장비 구입건은 비난을 받을 만하다. 날씨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오보를 줄이기 위해 기상 예측의 본질과 우리의 실태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상 예측은 '현재의 상태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 즉, 현재의 기상상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는 슈퍼컴퓨터가 출력한 수치예보와 각종 기상자료를 분석해 내리는 예보관의 종합판단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수치예보는 기온 습도 풍속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상상태의 변화 추이를 예측하는 것이다. 로렌츠가 발견했듯이 완전한 기상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근사치에 다가가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이 수치예보 능력은 하드웨어인 슈퍼컴퓨터 외에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 모델에 좌우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를 자체 개발할 능력이 없어 1991년 수입한 일본산 모델을 쓰고 있다. 이것은 기상 선진국 상위 13개국 중 9위 수준이다. 수치예보 모델 개발 인력은 미국 370명, 영국 250명, 일본 71명인 데 비해 우리는 25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모델에 입력하는 관측장비와 기술 인력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우리에게 자체 기상 위성이 한 대도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렇게 보면 예보 정확도를 미국 일본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기상 예보에는 슈퍼컴퓨터가 출력한 수치예보 자료보다 예보관의 분석 능력과 경험의 비중이 더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은 더하다. 결론적으로 날씨 예보 적중률을 높이려면 우리 지형에 맞는 우수한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풍부하고 정확한 입력자료를 생산할 관측 장비와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여기에다 경험 축적을 비롯한 예보관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행정·관리자를 우대하는 기상청 조직 풍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국인 예보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능사인 양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상 예측은 나비의 날갯짓도 감안해야 할 정도의 복잡 미묘한 작업이다. 즉흥적인 생색내기식 처방보다는 우리의 기상예보 인프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질적으로 향상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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